[발굴B-2025년 12월호] AI-Me-ing(에이밍)
#04. 먼저 온 미래 / 장강명, 동아시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그리고 이세돌의 패배는
9년이 지난 지금도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때의 인공지능은 나에게 그저 ‘로봇’에 가까운 존재였다.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사람을 이겼다는 사실이 신기했을 뿐,
그 사건이 무엇을 예고하는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챗GPT를 편리한 도구처럼 쓰며
나만의 인공지능 비서쯤으로 여기던 요즘,
문득 이런 질문이 따라붙는다.
만약 이 존재가 나를 대체한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제야 9년 전 바둑기사들이 느꼈을 감정이 아주 조금은 이해된다.
신기함과 함께 찾아왔을, 자신의 업이 흔들리는 순간의 서늘함.
미래는 바둑계에 먼저 도착했지만,
이제는 순식간에 우리 곁까지 와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졌다.
즉,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인공지능처럼 쓸모 있고 강력한 기술은 마치 야수와 같다. 일단 거리에 뛰쳐나오면 붙잡아 우리에 가두는 것이 매우 어렵다. (…) 사실상 그 야수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아직 거리에 나오기 전뿐이라고 봐야 한다.
p.107
[발굴B-2025년 12월호] AI-Me-ing(에이밍)
#03. 인공지능과 인간 / 마쓰오 유타카
AI 관련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다 보니, 문득 내가 이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그런 마음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을 펼쳤다.
읽는 동안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이 기술 자체보다 기술이 인간의 사고와 사회를 어떻게 바꿔왔는지에 집중한다는 점이었다.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라는 인간 중심의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오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는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AI가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지 조금은 감이 잡히지만, 미래에는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기술을 이해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변화 속에서 우리(인간)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AI는 지능이라는 도구를 컴퓨터로 재현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어느 정도 로봇으로서의 신체성을 가진다 해도 진화의 도태과정을 경험할 수는 없다. 인간과 AI는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이다.
p. 67
[발굴B-2025년 12월호] AI-Me-ing(에이밍)
#02. 천개의 파랑 / 천선란, 허블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 그의 경주마 "투데이", 그리고 연재의 가족.
이 책 속에서 콜리는 연재와 함께 지내면서 다양한 감정을 배우고,
콜리는 경주마 "투데이"의 행복한 완주를 위하여 또 다시 낙마를 택한다.
과거 영화 속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과 같은 감정 가지고, 감정적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챗지피티를 비롯한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현대인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본인 맞춤형 위로를 받는 것을 보아,
영화 같은 현실이 먼 미래는 아닌 것만 같다.
근데 생각해보면 챗지피티는 우리가 구축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이는 곧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 아닐까?
결국은 LOVE MYSELF!
“삼차원의 우리가 일차원의 말에 상처받지 말자.”
p.179
주인공 재호는 스스로 개발한 완전자율주행 인공지능을 바라보며
점차 설명하기 어려운 기괴함과 기만적인 감정을 느낀다.
책에 등장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슈마허’와 교육용 머신 ‘무버’는
분명 인간이 원해서 만들어낸 기술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되기 시작하자
슈마허로 인한 사고와 치명적인 결함의 가능성이 드러나고,
무버는 아이들의 발달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소설은 기술 자체의 문제를 묻기보다 기술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인간의 태도를 들여다본다.
편리함과 효율성 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정리하고 판단할 기준은 결국 인간의 가치와 원칙임을 보여준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그러니까 가르쳐줘야 할 건 기준이야.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이유가 어떻든 맞는 건 뭐고 틀린 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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