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도서관

[발굴B-2025년 6월호] 초록은 어디에나
#04. 첫 여름, 완주 / 김금희
각각의 슬픔 속에서도 각자의 여름을 완주하는 이들의 이야기.

올 여름, 초록의 향기를 물씬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구덩이 속에 있으니 열매는 전보다 더 또렷하게 냄새와 소리를 느꼈다.

원래의 밤의 숲이 품고 있던 - 여름 여치들의 청아한 음색과 가지와 가지를 옮겨 가는 밤새들의 날갯짓과

여린 가지를 우르르 들추다 내려와 열매 귀를 먹먹하게 하는 골짜기 바람 - 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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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비추기 위해 기꺼이 더 어두워진 연못의 물결 소리.

뾰족한 전나무 잎들이 공기 중에 긋는 투명한 빗금 소리.

흙 알갱이를 짚으며 땅벌레들이 길을 찾는 소리.

부후된 통나무 껍질을 쪼개며 버섯이 피는 소리.

이불이 펼쳐지듯 밤안개가 너르게 이동하는 소리.

그러다 어저귀와 열매 위로 내려앉는 소리.

그렇게 밤이 존재하는 소리.(p.155)"

피어나는 싱그러움과 초록으로 6월 식탁을 채워보자.

아삭아삭한 햇오이와 푸릇푸릇한 상추로 상을 가득채워 우걱우걱 쌈을 싸고,

무럭무럭자란 애호박과 통통한 감자를 뚜걱뚜걱 썰어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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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채소로 차린 식탁은 몸을 건강하게 하고, 그 속에서 마음까지 치유받는 경험을 선사하니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연의 리듬에 맞춰 먹고 살다보면

​

마음까지 초록으로 물드는 건강한 삶이 시작되지 않을까.

"찬물로 상추를 씻어서 물기를 탁탁 하고 털 때 느껴지는 경쾌함, 손으로 만질 때의 풋풋함, 입안에서 느껴지는 아삭함 등 상추로 느낄 수 있는 촉감과 소리 모든 게 좋다.(p.60)"

책 표지가 이번달 주제인 초록색이었다. 그런데 출간일이 7월 30일, 한여름에 나온 시집이었다.

그리고 목차를 읽어보는데 3부 제목이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여름이 발달하는 밤이었고'!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꽃 이름, 풀과 나무 이름, 여름, 수면(水面과 睡眠)의 이미지들로 우거지는 여름의 초록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

"여름의 모양을 따라 또 함께 걷고 싶었던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겠지 나는 여름을 다 살지도 못한 채 여름의 폐허만을 사랑한 채(p.58)"

[발굴B-2025년 6월호] 초록은 어디에나
#01. 초록은 어디에나 / 임선우
임선우 작가가 말하는 초록은 따뜻한 슬픔의 색이다.

저마다의 슬픔에서 피어나는 저마다의 작은 기적.

이 책이 우리 주변에 어디에나 있는 초록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토닥여줄 수 있기를.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는 말의 의미는 하나의 마음이 그토록 무수히 찢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낱낱이 다른 천 개의 슬픔과 만 개의 슬픔이 생겨났다는 뜻이라고 (p.46) "